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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말 좀 들어봐!” 짜증 냈던 날의 후회– 난청이 대화와 기억에 미치는 영향, 보청기 적응 꿀팁

by 나 젋어봤단다! 2026. 1. 5.

"엄마! TV 소리 좀 줄이세요! 아파트 다 울리겠어요!"
"어? 뭐? 안 들린다! 밥 먹었냐고?"
저희 집 거실에서 주말마다 반복되던 풍경입니다. 어머니는 TV 볼륨을 30, 40까지 높여놓고 주말 드라마를 보셨고, 저는 시끄러워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기 일쑤였죠. 특히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제가 "엄마, 이번 주말에 못 가요, 회사 일이 바빠서요"라고 말해도, "그래, 알았다. 갈비찜 해놓을게 조심히 와라" 하며 동문서답을 하시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그게 어머니가 제 말에 관심이 없거나 건성으로 대답하시는 거라고 오해했습니다. 속으로 '나이 드시더니 고집만 세지셨네' 하며 서운해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우연히 건강 검진 때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졌습니다.
"보호자님, 어머님은 딴청을 피우시는 게 아니라 진짜 안 들리시는 겁니다. 소음성 난청이 꽤 진행됐어요. 이렇게 소리 자극이 차단되면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빨리 올 수 있습니다."
듣지 못하면 뇌가 멈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저처럼 어머니의 '가는귀'를 가볍게 여겼다가 뒤늦게 가슴을 쳤던 불효자가 되지 않으시도록, 청력 관리와 뇌 건강의 중요한 연결고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가 잘 들리지 않아 전화 통화에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와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

난청이 인지 기능과 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

왜 잘 안 들리는 것이 인지 건강에 리스크가 될까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첫째, 인지 부하(Cognitive Load)가 증가합니다.
누군가 말을 걸면 우리 뇌는 그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잘 안 들리면, 뇌는 소리를 '해독'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정작 내용을 기억하고 사고하는 데 쓸 뇌의 자원이 부족해지는 것이죠. 즉, 듣는 과정 자체에서 뇌가 지쳐버려 인지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뇌의 특정 영역 활동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청각은 뇌를 깨우는 중요한 자극제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각 자극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경우, 소리를 처리하는 해당 뇌 영역(측두엽 등)의 활동량이 점차 감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부위는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장기적인 난청 방치는 인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엄마의 귀, 지금 당장 확인해 보세요 (체크리스트)

어머니들은 본인이 잘 안 들린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시거나, 자식에게 짐이 될까 봐 숨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분이 냉정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 TV 볼륨: 예전보다 볼륨 숫자가 5칸 이상 올라갔다.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할 정도다.)
  • 전화 통화: 자꾸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응, 그래"라며 얼버무리는 횟수가 늘었다. (안 들리는데 눈치로 대답하시는 겁니다.)
  • 목소리 톤: 어머니의 말소리가 유난히 커졌다. (본인 목소리가 안 들리니 크게 말하는 겁니다.)
  • 모임 기피: 좋아하시던 경로당이나 계모임에 안 나가려고 하신다. (사람들 말이 안 들려서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보청기, '안경'처럼 생각하게 해 주세요

검사 결과 어머니는 보조 기구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내가 무슨 장애인이냐, 흉하다"며 완강히 거부하셨죠. 머리카락으로 가려도 보인다며 속상해하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엄마, 눈 나쁘면 돋보기 쓰시죠? 귀 나쁘면 보청기 쓰는 거예요. 똑같은 거예요. 이거 끼면 손주가 '할머니 사랑해요' 하는 목소리도 꾀꼬리처럼 들리고, 친구들하고 수다 떨 때도 답답하지 않으니까 훨씬 재밌으실 거예요."

결국 한 달의 설득 끝에 보청기를 맞추셨습니다. (비용은 좀 들었지만, 나중에 더 큰 병원비 나가는 것에 비하면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어머니가 달라지셨습니다. TV 소리가 줄어든 건 물론이고, 가족 식사 자리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웃기만 하시던 분이 이제는 "국이 좀 짜지 않니?" 하며 잔소리도 하시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끼어드십니다. 소통이 원활해지니 일상생활에 활력이 다시 돌기 시작한 겁니다.

마치며: 대화가 끊기면 기억도 끊깁니다

혹시 어머니가 자꾸 되묻는다고 "아까 말했잖아요!"라며 짜증 내신 적 없나요? 저는 그게 너무 후회됩니다. 어머니는 듣기 싫었던 게 아니라,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아 답답하고 외로우셨을 텐데 말이죠.

귀가 어두워지면 사람 만나는 걸 피하게 되고, 고립되면 마음의 병이 찾아오기 쉽습니다. 이번 주말엔 어머니 댁에 가서 TV 볼륨을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작게 속삭여보세요. "엄마, 사랑해요." 못 들으신다면, 이제는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보셔야 할 때입니다. 그게 어머니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작성자: 하하하파파

가족의 건강과 행복한 노후를 꿈꾸는 평범한 아들입니다.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돌봄 이야기와 경험담을 나눕니다.
오늘도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참고 사항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쓴 에세이입니다. 청력 저하가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청력 검사를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