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치매 어르신을 모시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는 때가 옵니다. 몸이 고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평생 자상하셨던 부모님이 갑자기 욕설을 하거나 손을 휘두르실 때, 혹은 정성껏 차린 밥상을 밀치며 의심하실 때 보호자의 마음은 말로 다 못 할 정도로 무너져 내립니다.
오늘은 치매 환자의 이러한 돌발 행동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와, 가족의 마음을 지키면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심리적 방어 기술'을 상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공격성 뒤에 숨겨진 '공포' 이해하기
치매 환자의 공격성은 성격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뇌 기능 저하로 인해 세상이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본능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 상황 파악의 불가능: 갑자기 몸을 만지거나 약을 먹이려 할 때, 어르신은 이를 자신을 해치려는 행동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 표현 못 하는 통증: 몸 어딘가 아픈데 말을 못 할 때 화를 내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 대처법: 어르신이 화를 낼 때는 논리적으로 맞서지 말고 일단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세요. 5분 정도 자리를 피했다가 다시 나타나면 어르신은 화난 이유를 잊고 평온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안 먹어!" 식사 거부의 원인과 해결책
곡기를 끊으시는 부모님을 보는 것만큼 애타는 일도 없죠. 하지만 여기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식사 유도를 위한 팁
1. 색깔 대비 활용: 하얀 밥과 하얀 그릇을 구분 못 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이나 파란색 그릇을 사용해 밥을 뚜렷하게 보이게 하세요.
2. 삼킴 장애 확인: 씹는 게 힘들어서 거부할 수 있으니 음식을 더 잘게 다지거나 부드럽게 조리하세요.
3. 빈 그릇 전법: 드셨다고 우기실 땐 빈 그릇을 보여드리며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드리거나, "간식 먹을까요?"라며 자연스럽게 식사를 권해보세요.
3. 도둑 망상, "내 돈 훔쳐갔지?" 대처법
가장 헌신적인 보호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때 정말 서운함이 큽니다. 하지만 이때 절대 "내가 언제 그랬냐"며 싸우지 마세요.
"아이구, 정말 속상하시겠네요. 제가 같이 찾아볼게요"라며 어르신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고 나서 어르신이 평소 물건을 잘 숨겨두시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직접 찾으시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4. 보호자를 위한 심리 처방전
효자가 되려 하기보다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날카로운 말들을 '어머니의 진심'으로 듣지 마시고, '치매라는 질병이 내는 증상'으로 분리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오늘 부모님께 화를 냈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힘들 때는 잠시 거리를 두고, 주간보호센터 등 국가 서비스를 활용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세요. 내가 행복해야 부모님을 더 오래 모실 수 있습니다.
마치며: 소통은 기술보다 '여유'에서 나옵니다
치매 어르신과의 대화는 늘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행동 속에 숨겨진 두려움을 읽어주려 노력한다면, 조금은 평화로운 일상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던 모든 간병 가족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혹시 부모님의 문제 행동 때문에 고민인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 부탁드립니다!
참고: 대한치매학회 보호자 가이드 및 중앙치매센터 돌봄 지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