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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르신을 위한 기억 회상 놀이

by 나 젋어봤단다! 2026. 1. 2.

안녕하세요. 오늘도 부모님의 흩어진 기억 조각을 함께 맞추며 사랑을 실천하시는 보호자 여러분, 치매 어르신을 모시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 언제인가요? 아마도 방금 드신 식사 메뉴는 잊으시면서도, 수십 년 전 고향 집 마당에 피어있던 꽃 이름은 생생하게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히실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것이 바로 '장기 기억'입니다. 이 오래된 기억을 자극하는 '기억 회상 놀이'는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닙니다. 어르신에게 "나는 이런 삶을 살았던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자아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고,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는 강력한 비약물적 치료법입니다. 오늘은 **집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회상 요법과 그 구체적인 실천 가이드**를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왜 '옛날이야기'가 치매 치료가 될까요?

뇌 과학적으로 볼 때, 치매는 최근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터 손상되지만, 수십 년 전의 기억이 저장된 대뇌피질은 상대적으로 오래 보존됩니다. 회상 요법은 이 보존된 영역을 자극하여 뇌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망(시냅스)을 활성화합니다.

무엇보다 큰 효과는 **'정서적 안정'**입니다. 현재의 무력감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장 빛나던 시절을 이야기할 때 어르신의 뇌에서는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이는 치매의 문제 행동인 공격성, 초조함, 밤잠을 못 이루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그 시절의 행복했던 감정은 뇌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기억 회상을 위해 손주와 함께 옛날 사진첩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의 따뜻한 모습


2. 오감을 깨우는 기억 회상 놀이 3가지

단순히 "옛날에 어땠어요?"라고 묻는 것보다 오감을 자극하는 도구를 활용할 때 효과는 2배가 됩니다.

① 시각과 촉각: '추억 상자'와 낡은 사진첩

천 원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예쁜 상자를 준비하세요. 그 안에 어르신이 젊은 시절 쓰던 물건(비녀, 낡은 지갑, 훈장 등)이나 가족사진을 담아보세요.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며 "이때 입으신 옷이 참 고우시네요", "이 사진 찍을 때 날씨가 어땠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보세요. 사진 속 인물과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이 자극되고 문장 구성 능력이 향상됩니다.

② 청각: 그때 그 시절의 '인생 곡'

음악은 기억의 타임머신입니다. 어르신이 20~30대 시절 유행했던 노래나 즐겨 부르던 민요를 들려주세요. 전주만 듣고도 노래 제목을 맞추는 게임을 하거나, 가사를 종이에 적어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음악은 감정을 조율하는 뇌 부위를 직접 자극하여 언어 능력이 상실된 중증 치매 어르신조차 입술을 달싹이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발휘합니다.

③ 후각과 미각: 고향의 냄새, 엄마의 손맛

후각은 뇌의 기억 중추와 가장 가깝게 연결된 감각입니다. 된장 끓는 냄새, 진한 들기름 향, 혹은 어르신이 좋아하시던 꽃향기를 맡게 해 보세요. "이 냄새를 맡으니 누가 생각나세요?"라고 질문하면 뇌는 순식간에 과거의 특정 장면을 소환합니다. 함께 간단한 옛날 간식(개떡, 달고나 등)을 만들어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최고의 인지 자활 프로그램입니다.


3. 대화를 이끄는 마법의 질문 리스트

기억 회상 놀이에서 보호자의 역할은 '취조관'이 아니라 '경청자'가 되는 것입니다. 질문의 기술이 중요합니다.

주제 마음을 여는 질문 예시
어린 시절 "학교 갈 때 도시락 반찬으로 뭐 싸 가셨어요?" / "동네에서 제일 친했던 친구 이름은요?"
결혼과 육아 "아버지(어머니)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 "저 키울 때 가장 예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직업과 성취 "첫 월급 타서 할머니(할아버지)께 뭐 사드렸어요?" / "일하실 때 가장 보람찼던 때는요?"

4. 기억 회상 놀이 시 주의할 점 (보호자 필독)

놀이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다음의 원칙을 꼭 지켜주세요.

  • 정답을 강요하지 마세요: "이 사람 누구야? 이름 기억 안 나?"라고 다그치는 순간 어르신은 위축되고 뇌는 문을 닫아버립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시면 "맞아요, 너무 오래전이라 그럴 수 있죠. 제 기억엔 참 따뜻한 분이셨어요"라며 자연스럽게 넘어가세요.
  • 부정적인 기억은 피하세요: 전쟁, 가난, 상실 등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힘들어하신다면 즉시 화제를 전환해야 합니다. "그런 힘든 시절을 견뎌내셔서 지금의 저희가 있는 거예요"라고 지지해 준 뒤, 즐거운 화제로 바꾸세요.
  • 충분히 기다려주세요: 어르신이 단어를 떠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최소 10초 이상은 기다려드리고, 어르신의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소통이 됩니다.

💡 오늘의 팁: 매일 조금씩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해 보세요. 이것이 모이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어르신의 '인생 자서전'이 됩니다. 훗날 이 기록은 가족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마치며: 과거의 행복이 현재의 고통을 이깁니다

보호자님, 치매는 현재의 기억을 앗아가지만 부모님이 살아오신 '인생' 자체를 지우지는 못합니다. 오늘 저녁, 먼지 쌓인 앨범을 꺼내 어르신과 마주 앉아보세요. "그땐 그랬지"라며 웃음 짓는 그 짧은 순간이, 어르신에게는 그 어떤 명약보다 강력한 치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부모님과 추억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혹은 기억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시는 여러분만의 도구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여러분의 경험이 다른 보호자님들에게 큰 빛이 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동행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참고 및 문헌: 보건복지부 국가치매관리제 가이드북, 한국노인복지학회 회상 요법 효과 분석, 하버드 심리학과 '추억과 인지 건강' 연구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