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시끄러워! 집에 가자, 빨리!"
지난 어버이날, 큰맘 먹고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유명한 갈비찜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대기 줄이 길기로 소문난 맛집이라 30분을 기다려 겨우 들어갔는데, 북적이는 사람들과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에 어머니가 갑자기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시기 시작했죠.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당황해서 허둥지둥 고기를 굽다가 태워버린 저, 결국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도망치듯 식당을 빠져나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곤히 잠드신 어머니 얼굴을 보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남들 다 하는 가족 외식 한 번이 우리에겐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싶어서요. 하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도 바깥바람 쐬고 맛있는 거 드실 권리가 있으니까요. 오늘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치매 부모님과 실패 없이 외식하는 저만의 노하우'를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맛집 검색? 맛보다 중요한 건 '분위기'였습니다
첫 번째 실패의 원인은 '맛집'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한 제 욕심이었습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진 치매 어르신들에게 시끄러운 소음과 복잡한 환경은 엄청난 공포와 스트레스를 줍니다. 뇌가 수많은 자극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 제가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딱 3가지로 바뀌었습니다.
- 무조건 '룸(Room)'이 있는 곳: 우리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방이 필수입니다. 주위 시선 신경 쓸 필요 없고, 혹시 어머니가 큰 소리를 내셔도 안심이니까요.
- 대기 시간이 없는 곳: 인내심이 부족한 어르신들에게 '웨이팅'은 고문입니다. 반드시 전화로 예약을 하고, 도착하자마자 음식이 나올 수 있게 미리 주문해 둡니다.
- 화장실이 가깝고 턱이 없는 곳: 식사 도중 화장실을 찾으실 때 바로 모시고 갈 수 있어야 하고, 거동이 불편하시니 계단이나 문턱이 없는 곳을 1순위로 찾습니다.
메뉴 선정, '새로운 맛'보다 '익숙한 맛'으로
젊은 사람들은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새로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은 낯선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게다가 씹는 힘(저작 기능)이 약해져서 질긴 고기나 딱딱한 반찬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죠.
저는 이제 무조건 '부드럽고 국물 있는 한식'을 선택합니다. 푹 고은 설렁탕, 부드러운 순두부찌개, 혹은 뼈를 다 발라낸 생선구이 같은 메뉴들입니다. 특히 어머니가 젊은 시절 자주 해주셨던 음식(된장찌개 등)을 드시면, 옛 기억이 떠오르시는지 "그래, 이 맛이다" 하며 훨씬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십니다. 숟가락 하나로 떠먹을 수 있는 메뉴가 보호자가 챙겨드리기에도 가장 편하더군요.
보호자의 가방 속엔 '비상식량' 대신 이것을
외식하러 갈 때 제 가방은 아이 데리고 나가는 엄마 가방만큼 무겁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만이 평화를 지켜주니까요.
- 전용 가위와 집게: 식당 가위는 너무 커서 불편해요. 고기나 김치를 아주 잘게 잘라드릴 수 있는 미니 가위를 꼭 챙깁니다.
- 앞치마와 물티슈: 옷에 흘리는 걸 부끄러워하셔서 식사를 멈추실 때가 있어요. "엄마, 이거 예쁜 앞치마네요"라며 미리 입혀드리면 마음 놓고 드십니다.
- 좋아하는 숟가락: 낯선 식기를 어색해하실 때 집에서 쓰던 숟가락을 쥐여드리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 여벌 옷과 기저귀: 혹시 모를 실수를 대비해 차 뒷좌석엔 항상 여벌 바지와 속옷을 넣어둡니다. 든든한 보험 같은 거죠.
마치며: 치매 부모님과 외식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주에는 집 근처 조용한 한정식집 룸을 예약해서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잡채를 손으로 집어 드시고 국물을 식탁에 좀 흘리셨지만, 저는 닦아드리며 웃었습니다. "엄마, 손맛이 들어가야 더 맛있죠?"라고 농담도 건네면서요.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혹은 뒤처리 감당이 안 돼서 외식을 포기하고 계신 보호자님들이 계신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하게 드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흘리면 어떻습니까. 어머니가 "아이고 배부르다, 잘 먹었다" 하며 웃으시는 그 한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번 주말엔 사람 없는 한적한 시간대에 부모님 모시고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드시고 오시는 건 어떨까요.
작성자: 하하하파파
가족의 건강과 행복한 노후를 꿈꾸는 평범한 아들입니다.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돌봄 이야기와 경험담을 나눕니다.
오늘도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참고 사항
이 글은 개인적인 돌봄 경험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나 연하 곤란(삼킴 장애) 정도에 따라 외식이 어려울 수 있으니, 사전에 전문가와 상의하시거나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